종이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
동네책방도 전자책을 읽는 시대, 종이책 vs 전자책
동네 책방 운영자도 전자책을 읽습니다. 시대에 역행하는 듯한 책방 직원이 전자책을 본다니, 이제 장사 안 할 거냐는 생각과 함께 전자책이 완전히 자리를 잡았구나 싶기도 합니다. 실제로 모바일 기기의 눈부신 발전과 구독형 서비스의 등장으로 전자책 독서는 일반적인 풍경이 되었습니다.
전자책 등장 초기, 많은 사람들이 종이책의 종말을 점쳤습니다. 그러나 종이책은 여전히 건재하며, 오히려 종이책을 선호하는 독자들도 적지 않습니다. 물론 종이책이 과거의 영광을 되찾은 것은 아니고 단지 명맥을 유지하고 있을 뿐인데, 이는 ‘독서’ 소비 자체의 변화와 관련이 있어 보입니다.
종이책과 전자책 중 어느 것이 더 효과적인가에 대한 논의는 꽤 오래되었습니다. 아마존 킨들이 2007년에 출시되었으니 전자책은 약 20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간의 연구들을 종합해보면 독서 효과성 면에서는 대체로 종이책이 우수한 것으로 나타납니다. 이는 종이책과 전자책의 근본적 차이점인 물적 형태의 유무에서 비롯됩니다.
전자책은 콘텐츠 자체의 형태가 없다는 장점으로 휴대성이 좋고, 메모나 자료 정리 측면에서 유리합니다. 이런 이유로 종이책을 지속적으로 대체해왔습니다. 하지만 전자책 소비 경험이 쌓이면서 오히려 기존 종이책이 더 나은 부분들이 있다는 것이 밝혀지기도 했습니다.
종이책 독서는 기억에 효과적이다
종이책 독서는 전자책 독서보다 내용을 더 잘 기억할 수 있게 해줍니다. 과학적 입증을 떠나서도 많은 독서인들이 공통적으로 주장하는 부분입니다. 전자책뿐만 아니라 유튜브를 포함한 다른 미디어들보다 내용에 집중하게 되고, 그만큼 더 잘 기억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저 또한 종이책을 선호하는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종이책을 읽고 나서 책에서 인상 깊었던 어떤 주제를 현실에서 접할 때, “아, 그 내용은 책의 어느 페이지 아래쪽에 있었지”라고 기억되는 때가 있습니다. 혹은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더라도 다시 그 부분을 상기하고 찾아보려는 노력을 하면서 기억이 더 강화됩니다.
전자책을 읽을 때는 스크롤 다운을 하거나 화면을 좌에서 우로 이동하는 형태를 띱니다. 물론 목차를 불러와 소주제에 따라 건너갈 수 있지만, 이를 고려해도 종이책에 비해 다분히 선형적인 느낌입니다. A부터 Z까지 연속적으로 클리어해야 하며, 기계적으로 지식을 주입하는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독서 과정에서 강조, 책갈피, 메모 등의 기능을 활용할 수 있지만, 독서 시간 동안 주로 시각만을 사용합니다.
유튜브와 같은 영상 매체는 지식의 휘발성이 더 심합니다. 영상 미디어는 당장 유용한 지식이나 재미를 즉각적으로 얻을 목적으로 소비됩니다. 그 유용성과 함께 콘텐츠의 휘발성 또한 문제로 제기되어왔는데, 쇼츠 영상이 인기를 끌면서는 이러한 경향이 극에 달한 것 같습니다. 영상 매체는 수용자가 수동적으로 소비하기 쉬워서 지식이 금방 사라지는 것입니다. 만약 유튜브라도 메모를 한다든지, 다른 자료를 찾아서 내용을 다시 정리하는 등의 과정을 거치면 더 잘 기억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한마디로 책의 내용을 잘 기억하려면, 책을 능동적으로 읽거나 아니면 시각뿐만 아니라 다양한 감각을 입체적으로 사용하는 종이책이 훨씬 더 유리합니다. 뇌과학 연구에 따르면 종이책을 읽을 때는 뇌의 거의 모든 부위가 활성화된다고 합니다. 특히 새로운 지식을 습득하고 복잡한 사고를 처리하는 배외측 전전두엽이 반응하고, 시각 정보를 처리하는 후두엽과 기억을 관장하는 해마가 동시에 작동합니다. 반면 디지털 화면을 볼 때는 주로 시각 자극에만 의존하여 뇌의 활성화 범위가 제한적이었다고 합니다. 어떤 경우에는 주의력이 저하되는 현상까지 확인되었습니다.
종이책 독서는 감성을 개발한다
독서자들은 종이책을 읽으면서 고요한 환경을 구축합니다. 이는 디지털 미디어가 여러 가지 다양한 기능을 통해 분주함을 야기하는 것과 대비됩니다. 또한 종이를 넘기는 행위와 종이 냄새, 물리적인 질감을 느끼게 됩니다. 단순히 눈으로만 하는 활동을 넘어서는 것입니다. 종이책의 물성으로 인해 독서 과정에서 특별한 경험을 얻게 됩니다. 미디어 과부하 속에서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고요한 가운데서 몰입하는 종이책 독서 경험은 삶의 균형감을 되찾게 해줍니다.
종이책 독서는 예술 작품을 감상하는 것과도 같습니다. 종이책은 디자인, 판형, 재질, 제본 방식, 후가공 등에 따라 다양한 형태를 가질 수 있습니다. 물리적인 형태에서 심미성을 느낄 수 있습니다. 서점에 갈 때면 책을 둘러보기만 해야지 하다가도, 책의 외관에 이끌려 몇 권을 꼭 사오곤 하는 경험이 있습니다. 특히 외국에서 발행되는 서적들과 비교해볼 때 국내 출판 디자인과 제작 수준이 상당히 높다는 생각이 듭니다.
종이책의 아름다운 물성은 독자들의 감성을 자극하고 나아가 소장 욕구를 불러일으킵니다. 단순한 정보 전달을 넘어 마치 예술작품을 감상하듯 미적 욕구를 추구하는 행위로 이어집니다. 이를 방증하듯 종이책의 입지는 줄어들고 있지만, 고급 판형이나 실험적인 출판물의 형태도 나오고 있습니다. 도스토옙스키 200주년 기념판이나 박경리 작가의 토지 반고흐 에디션, 혹은 지만지에서 나왔던 금박 장정의 도스토옙스키 한정판 같은 책들은 독서인들의 구매욕을 부추깁니다.
동네 책방의 읽기
앞서 말씀드렸듯 저는 전자책과 종이책을 동시에 이용합니다. 전자책은 책의 대강을 빠르게 살펴보거나 인용구 작업을 할 때 사용합니다. 책의 선별에 사용하기도 합니다. 혹은 가볍게 읽을 책은 전자책이 훨씬 더 편리합니다.
책을 어느 정도 살피다 제대로 읽어보고 싶은 책들이 있습니다. 이런 책들은 종이책으로 정독을 합니다. 책에 밑줄을 긋고 연필로 메모와 질문을 던지면서 독서를 합니다. 이렇게 읽은 책들은 기억력은 물론이고 여러 가지 연관되는 발상을 이어가는 데 많은 도움이 되는 것 같습니다.
전자책의 장점이 분명히 있고 그것을 활용하지만 결국 독서는 종이책으로 돌아오는 것입니다. 종이책 독서는 단순히 눈으로 글자를 인식하는 것을 넘어, 몸 전체가 참여하는 읽기입니다. 책의 무게를 느끼고, 페이지의 질감을 만지고, 종이 냄새를 맡는 모든 감각적 경험은 뇌의 다중 네트워크를 활성화시켜 더 풍부하고 깊이 있는 학습을 가능하게 합니다. 종이책 독서는 이러한 실용적인 목적뿐만 아니라 아날로그적인 감성을 느끼고 정서적 안정감까지 누릴 수 있게 해줍니다.
동네 책방 일을 하면서 느끼는 것은 결국 독서란 단순한 정보 습득을 넘어서는 경험이라는 점입니다. 전자책이 아무리 편리하고 효율적이어도, 종이책이 주는 깊이 있는 사색과 정서적 풍요로움을 완전히 대체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빠르게 변화하는 디지털 시대에 종이책은 우리에게 속도를 늦추고 깊이 있게 사유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을 선사합니다. 그래서 오늘도 저는 종이책으로 독서를 이어갑니다.

